결혼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중대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 형태와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한때는 수백 명이 모여 축하하는 대규모 예식이 당연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은 ‘작고 조용하게’, 혹은 ‘아예 결혼식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결혼을 ‘사랑의 약속’ 그 자체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결혼식의 형식보다 본질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경제적인 부담,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흐름이 맞물리며 ‘결혼 비용 0원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리게 됐다.
스몰웨딩, 노웨딩, 셀프웨딩. 이름은 다르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바로 ‘우리다운 결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제는 거창하지 않아도, 비싸지 않아도, 누구보다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결혼이 가능하다. 이 새로운 결혼문화의 흐름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스몰웨딩, 크기보다 진심을 담다
스몰웨딩은 말 그대로 작은 결혼식이다. 하객의 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절차와 비용을 최소화하여 두 사람에게 진짜 의미 있는 예식을 치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대개 10명에서 50명 이내의 가까운 가족, 지인들만 초대하고, 장소도 호텔 예식장이 아닌 스튜디오, 카페, 공원, 소극장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스몰웨딩의 장점은 단순히 경제적인 절감에 있지 않다. 결혼식을 ‘하객을 위한 행사’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매력이다. 드레스를 직접 고르고, 음악을 고르고, 사회를 친구가 맡는 등 전체 과정을 두 사람이 함께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스몰웨딩이라고 해서 무조건 저렴한 것은 아니다. 선택하는 장소나 연출 방식에 따라 비용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의 중심에는 '의미'가 있고, '우리만의 방식'이 있다. 남의 시선을 위한 결혼식이 아닌, 우리의 추억을 위한 결혼식. 그것이 바로 스몰웨딩의 진정한 가치를 말해준다.
노웨딩, 결혼식 없이도 결혼은 가능하다
결혼식을 아예 하지 않는 ‘노웨딩’도 이제는 드문 선택이 아니다. 가족이나 주변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지만, 많은 커플들이 ‘식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노웨딩을 택하고 있다.
노웨딩의 이유는 다양하다. 비용 부담이 가장 크지만, 보여주기식 결혼을 지양하고 싶은 마음, 조용하게 시작하고 싶은 성향, 혹은 양가의 분위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도 있다.
노웨딩은 단순히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결혼에 대한 철학이 담긴 선택이기도 하다. 결혼이란 결국 두 사람의 결합이며, 그 약속을 형식 없이 맺겠다는 결심이자 선언인 셈이다.
노웨딩을 택한 부부들 중에는 혼인신고만 하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미래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에게 쓸모 있는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 노웨딩의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추억을 나눌 기회가 없다는 점, 결혼을 실감하지 못하는 심리적 공허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노웨딩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셀프웨딩, 직접 만드는 나만의 결혼식
스몰웨딩과 노웨딩의 중간쯤 되는 개념으로 ‘셀프웨딩’이 있다. 말 그대로 결혼식을 두 사람이 직접 준비하고 꾸미는 방식이다. 웨딩플래너 없이, 사진, 드레스, 장소 섭외, 연출까지 모두 자신이 결정하고 만들어간다.
셀프웨딩은 특히 DIY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SNS에는 셀프웨딩에 대한 정보와 후기, 영상이 넘쳐나고 있고, 셀프웨딩 전용 패키지 상품이나 스튜디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자율성’이다.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콘셉트로, 원하는 예산 내에서 결혼식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줄이고 재미는 늘릴 수 있다. 드레스를 인터넷으로 대여하고,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하고, 동네 공원에서 피크닉 형식으로 예식을 진행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무엇보다 셀프웨딩은 ‘함께 준비하는 결혼’이라는 데에 의미가 크다. 과정은 분명 쉽지 않다. 계획과 실행 모두 쉽지 않고, 때로는 다툼도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준비 과정이 결국 두 사람의 추억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셀프웨딩은 단순한 비용 절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우리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예식. 그것이 셀프웨딩의 본질이다.
결혼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혼식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두 사람이 함께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비용 0원이어도 괜찮다. 하객이 없어도 괜찮다. 드레스가 없어도, 화려한 예식장이 없어도, 결혼은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이제는 ‘남들처럼’이 아니라 ‘나답게’, ‘우리답게’ 결혼하는 시대.
2025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삶을 시작하는 방식은 다양해졌고, 그만큼 자유로워졌다. 당신만의 결혼식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