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안 해도 돼. 우리, 계약서 하나 쓰고 시작하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이야기였지만, 2025년의 우리에겐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웨딩홀 예약 대신 공유 오피스에서 동거계약서를 쓰는 커플들, 예물 대신 서로의 생활비 분담을 약속하는 다짐서. 우리가 알고 있던 ‘결혼’의 형식이, 그야말로 달라지고 있다. 요즘 청춘들이 말하는 ‘함께 산다는 것’은 꼭 웨딩드레스와 신랑 입장, 하객 박수로 시작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건 ‘평생을 함께할 마음의 자세’라 말한다.
2025년, 전통적인 결혼의 정의가 흔들리는 지금. 결혼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새로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랑과 선택을 하고 있을까?
“결혼식은 안 해도, 우리는 서로를 선택했어요”
최근 3년간 결혼식 없이 법적인 혼인신고만 하거나, 아예 법적 혼인도 하지 않고 동거 계약서를 쓰는 커플들이 급증하고 있다. 흔히 ‘생활 동반자 계약’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법적인 혼인 관계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살며 나눌 책임과 권리를 문서로 기록해두는 방식이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결혼식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가족의 개입 없이 조용히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며,
누군가는 법적 결혼의 무게보다 서로에 대한 약속을 더 신중히 다루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내 연인과의 관계를 ‘행사’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어요. 차분히, 우리가 만들어갈 삶에 집중하고 싶었죠.”
한 30대 여성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함께 살며 생활비를 어떻게 분담할지, 명의는 어떻게 할지, 아플 때는 어떻게 돌볼지 등을 적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것이 그들의 ‘결혼식’이었다.
결혼은 ‘형식’이 아닌 ‘합의’의 시대
과거에는 결혼이 사회적으로 일정한 틀 안에 있어야 했다.
하객이 있고, 주례가 있고,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가 있고… 결혼은 사회가 허락하는 방식으로만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20~30대는 그런 틀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이제 결혼은 ‘합의의 관계’다. 법적 제도, 사회적 인식보다도 ‘두 사람만의 룰’이 우선이다.
누가 생계를 책임질지, 각자의 커리어는 어떻게 지켜갈지, 자녀 계획은 있는지 없는지, 만약 이별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지까지 미리 이야기하고 합의하는 관계. 이러한 ‘계약 결혼’의 개념은 결코 사랑이 없거나, 계산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함께 살아내기 위한 가장 성숙한 태도일 수 있다. 감정으로만 시작한 관계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약속과 합의로 시작한 관계는 함께 ‘지켜내는 힘’을 키운다.
사랑의 진짜 시작은 ‘선택’ 그 이후부터
결혼식이라는 화려한 시작보다, 매일 밥을 같이 먹고, 빨래를 함께 널고, 서로의 피로를 알아주는 일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2025년, 이들은 결혼이라는 단어보다 “함께 사는 삶”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함께 사는 계약서’는 법적인 구속력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마음이다. 평생을 살아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꺼내놓고, 다툴 수도 있는 부분들을 미리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그 시간이 어떤 결혼식보다 더 깊고 단단한 ‘시작’이 될 수 있다. 한 커플은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처음으로 “나는 언젠가 이혼이 무섭다”는 불안을 털어놓았고, 다른 커플은 “난 아이는 꼭 낳고 싶은데, 너는 어때?”라는 말을 비로소 꺼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몰랐을 마음들. 함께 썼기에 비로소 알 수 있었던 진심들.
.결혼식 없이 시작하는 부부, 계약서 하나로 함께 사는 커플, 법적 부부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챙기는 파트너들.
모양은 다 달라도, 결국 이들이 바라보는 건 하나다.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2025년, 결혼의 정의는 바뀌고 있지만, 사랑의 본질은 여전히 같다. 형식보다 진심, 축하보다 책임, 전통보다 이해.
이제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믿는 사랑을 지켜갈 수 있는 시대.
당신의 결혼은 어떤 모습인가요?